기후 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눈에 띄는 환경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유네스코 세계 유산들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사랑받았던 명소들이 점차 사라지거나 접근이 불가능해지고 있으며, 이는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결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후 재앙으로 인해 실제로 사라졌거나 심각한 위기에 처한 세계 유산 10곳을 중심으로, 이 현상이 주는 경고와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알아봅니다.
지구온난화가 만든 유산 붕괴
지구온난화는 단순한 기후 변화 이상의 문제로, 세계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에 실질적인 손상을 입히고 있습니다. 특히 빙하와 영구 동토층을 기반으로 한 자연 유산들은 온난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형과 생태계뿐 아니라 문화적 가치까지 훼손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스위스의 알레취 빙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빙하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입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평균 기온이 약 2도 상승하면서 빙하가 연간 수십 미터씩 후퇴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100년간 전체 면적의 약 30%가 사라진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빙하가 줄어들면서 주변 식생 구조도 변화하고 있고, 토양 유실과 지반 침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해당 지역의 생태 균형은 물론 관광 인프라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의 극지방 역시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북극해 주변의 영구동토층은 녹으면서 과거 미생물, 고대 유기물질, 심지어 수천 년 전의 병원체까지 표면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생태학적 손실이 아니라, 전염병 재확산이라는 새로운 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안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지역의 세계유산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몰디브와 투발루, 키리바시 같은 태평양 도서국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물에 잠기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전통 마을, 종교 유적, 문화 행사 등은 물리적으로 보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유산은 지표 위에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삶, 이야기,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건축물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서, 한 민족의 기억 자체가 지워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는 세계유산을 물리적으로 파괴할 뿐 아니라, 그것이 갖고 있는 문화적·역사적 맥락까지 송두리째 잃게 만드는 복합적 위기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러한 붕괴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각 유산에 맞는 개별 보존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관광지위기로 본 세계 유산의 변화
세계유산의 가치 중 하나는 그것이 단순히 보존된 과거가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체험하고 배우며 연결되는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많은 유산들이 관광객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세계유산의 교육적·문화적 역할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광 접근성 위기는 곧 유산의 보존 가능성과 지역경제, 나아가 국제적 가치의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입니다. 이곳은 2,900개 이상의 산호초와 1,500종 이상의 해양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스노클링·다이빙 등 해양 관광으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의 해수 온도 상승은 산호의 백화 현상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전체 산호 면적의 50% 이상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 산호초들이 단순한 경관이 아닌 생태계 유지의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그 손실은 해양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붕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페루의 마추픽추도 기후 변화로 인한 관광 위기의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고지대에 위치한 이 유산은 원래 지반이 매우 불안정한 지역에 축조된 건축물입니다. 최근 몇 년간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유적지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요 구조물에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과도한 관광객 유입과 맞물려 지반 침하 현상이 심화되면서 페루 정부는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사전 예약제를 강화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해수면 상승과 조수 증가로 인해 해마다 도시 전체가 침수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며, 물에 잠긴 도시라는 로맨틱한 이미지가 이제는 실제 붕괴 위기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 때문에, 관광 접근성의 위기 자체가 도시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이러한 관광 접근성의 변화는 단순히 여행자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경제 기반이 무너지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유산 보호와 관광 수입 간의 균형이 중요한 지역일수록, 기후 변화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의 위기목록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 및 지자체는 유산 보호와 관광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정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환경보호가 만든 새로운 희망
기후 위기로 인해 다수의 세계 유산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선제적인 환경보호와 유산 보존 전략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유산을 물리적으로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생태계 복원과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지속 가능한 관광 개발 등 다방면에서 희망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아이슬란드입니다. 아이슬란드는 최근 수년간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환경 훼손 문제가 심화되자,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바트나요쿨 국립공원과 같은 빙하 지대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빙하 인근 지역을 특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더불어, 정부는 환경세와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강화해 여행자와 산업계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는 관광 수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생태계 회복과 유산 보존을 병행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모범 사례는 노르웨이의 게이랑에르 피오르드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피오르드를 따라 크루즈 관광이 활발히 이뤄지는 곳입니다. 하지만 대형 선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와 수질 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노르웨이 정부는 2026년부터 내연기관 선박의 입항을 전면 금지하고, 전기 또는 수소 기반의 친환경 선박만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조치는 관광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유도하며, 장기적으로 지역 생태계 보호와 관광 수익의 균형을 추구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유네스코는 기후 변화에 대응한 세계유산 관리 지침을 통해 각 유산별 맞춤형 보호 전략 수립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은 단순한 보존 기술뿐 아니라 지역 주민 참여, 전통 지식의 활용, 에코투어리즘 개발 등을 포함하여 유산 관리의 다층적 구조를 제시합니다. 실제로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에서는 지역 주민이 직접 유산 보존 활동에 참여하며, 지속 가능한 생계 수단과 문화 자긍심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유산 보존이 이제 전문가와 기관만의 역할이 아니라, 전 세계 시민이 함께 동참해야 할 글로벌 과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친환경 여행 실천, 플라스틱 사용 자제, 현지 생태계와 문화에 대한 존중은 일반 관광객 수준에서도 가능한 실천이며, 이는 세계유산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기후 재앙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적 혁신, 정책적 의지, 시민들의 실천이 결합될 때, 세계유산은 다시금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생될 수 있습니다. 위기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올바른 방향의 행동은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그 길에 함께할 때입니다.